유럽 기업들, 한국의 규제 완화 요구: 전기차 및 방산 분야 중심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는 최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26 ECCK 백서’ 발간 기념 기자회견을 개최하며, 한국에 진출한 유럽 기업들의 규제 완화 요구를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완성차 산업과 방산 분야에서 국내 규제가 사업 확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ECCK는 매년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한국 정부에 규제 개선을 건의해 왔으며, 이번 백서에서는 82개의 구체적인 제안 사항을 포함시켰다. 필립 반 후프 ECCK 회장은 “기술 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공급망 변화와 저탄소 전환에 따른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예측 가능하고 투명한 규제 체계의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컸다”며, “규제 체계가 기술 시장의 변화를 반영하고 국제적인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고 아스투토 주한 유럽연합(EU) 대사는 “한국의 ‘K-표준’이 부상하면서 산업들이 절차적 부담에 직면하고 있으며, 자유무역협정(FTA)에 포함된 분야라도 마찬가지”라며 “대화와 교류를 통해 양측의 무역과 투자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모든 규제 차이를 철폐할 필요는 없으나, 양측의 산업 발전을 돕기 위한 논의가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전기차 인증과 관련된 절차 개선을 요구했다. 김홍중 ECCK 승용차위원회 위원장은 “전기차 인증·평가 절차를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첨단 자동차 기술에 대한 상호 인정을 확대해야 한다”며 “한국과 유럽이 불필요한 규제 차이를 줄여 나간다면, 새로운 신기술을 소비자에게 더 빠르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기차 출시 시 자동차 인증, 보조금을 위한 평가, 환경 친화적 차량 등록 절차를 따로 진행해야 하며, 이 과정이 내연기관 차보다 2~3개월 더 걸린다”고 지적했다.

방산 분야에서는 절충교역 제도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 제도는 해외에서 무기나 장비를 구매할 때 반대급부(예: 기술 이전, 부품 제작)를 요구하는 시스템으로, 현재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 부족은 수출입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킨다. 프랑수아 피올레 ECCK 항공 및 방위 위원장은 “유럽 기업이 한국 방산 공급망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매우 다양하며, 이를 바탕으로 한-유럽 방위 산업 협력을 계속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전했다.

주류 분야에서는 주류 통신판매 허용, 종량세 전환, 위스키 전자태그(RFID) 의무 부착 요건 재검토 등을 제안했다. 파딜 타쉬긴 ECCK 주류 위원회 위원장은 “한국 주류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규제 환경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제도 개선은 국내 주류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또한,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혁신 신약의 급여 등재 속도를 개선하고 의약품 가치 평가 기준을 개선하는 것이 요구되었다. 한-EU 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GMP)의 상호 인정도 중요한 포인트로 지적됐다. 식품 분야에서는 위생증명서의 전자문서화를 주장하며, 에너지 분야에서는 해상 풍력 사업에 대한 투자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ECCK의 반 후프 회장은 올해부터 시행된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에 대해 아직까진 우려했던 움직임이 뚜렷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그는 이 법률의 사용자 개념을 너무 넓게 확장하면 회사를 관리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러한 논의들은 한국과 유럽 간의 규제 협력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 Jung Hyun-woo

    뉴스짱 편집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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