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유엔 총회에서 처음으로 연설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적국조항’의 삭제를 요구하며 국제 무대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조항은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연합국과 전쟁 중이었던 일본, 독일 등의 국가를 지칭하는 유엔 헌장에 기재된 내용으로, 이들 국가와 관련해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승인 없이 조치가 가능하다는 해석의 여지를 남겨 놓은 것이다.
적국조항은 실질적으로 사문화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일본 정부는 ‘구(舊) 적국조항’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그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도 불구하고 다카이치 총리가 유엔 연설에서 이 조항의 삭제를 요구한 것은 국제사회뿐 아니라 일본 내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유엔 정상회의에서 삭제 방침을 담은 결의안을 제출한 이후, 다시 한번 이 조항에 대해 언급한 것은 그 의도와 진정성을 둘러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일본 정부의 입장과는 달리, 실제로 삭제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적으로 ‘당당한 리더’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라고 해석되기도 한다. 도쿄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해당 조항이 이미 사문화된 바 있다며 이러한 요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카이치 총리의 연설에서 이를 강조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적국조항과 관련해 중요한 사건으로는 작년 11월 일본 외무성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이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적국조항을 언급하며,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경우 중국의 무력응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본 외무성은 해당 조항이 사문화되었다고 반박했으며,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도 유사한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기자회견에서 1995년과 2005년의 유엔 총회와 정상회의 결의안이 모든 회원국, 포함하여 중국으로부터 찬성을 받아 사문화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안보리 개혁과 함께 적국조항의 삭제를 추진할 의지를 표명했으며, 이는 일본이 유엔헌장 자체를 개정하는 중요 과제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적국조항의 삭제는 여전히 어렵다고 평가된다. 유엔 홍보관 경력자인 조치대 교수는 ‘유엔헌장 개정’에 관해 1993년부터 논의되어 왔지만, 상임이사국 확대와 거부권 문제로 인한 이견이 정리되지 않아 특정 조항만 개정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일본 내외의 관측가들 사이에 다카이치 총리의 이 요구가 국내 정치적 연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 저널리스트 아즈미 아키코는 국회 휴회 기간 유엔에서의 강경 이미지 연출이 내각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배경 속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SNS 활동 등을 통해 국내외에 여론을 조성하려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연출’이 얼마나 효과적일지가 관심사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다카이치 총리의 ‘적국조항’ 삭제 요구는 단순히 국제법적 문제를 넘어, 일본 내외에서 어떻게 그 리더십이 인식될지에 대한 중요한 시험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논의가 앞으로도 계속되며, 실제적인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고 볼 수 있으나, 국제사회와 일본 내 정치 상황에 대한 이해와 분석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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