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오준호 교수는 카이스트(CA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에서 연구한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를 들고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창립하며 한국 최초의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기업으로 나섰다. 그 후, 이 회사는 코스닥시장 5위에 올라가는 국내 대표 로봇기업으로 성장하며 시가총액은 최근 거래일 기준으로 8조7008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개별 사례에 그치지 않는다. 벤처캐피털(VC) 업계에서는 오준호 교수와 같이 연구자들이 기업 창립을 통해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고 지적한다. 양자컴퓨팅, 우주, 핵융합, 인공지능(AI) 등 난도 높은 분야에서 창업의 흐름이 강해지면서 전통적인 후진양성 대신 기업 창립을 선택하는 교수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는 혁신적 딥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 증가로 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카이스트에서는 최근 교수들의 창업 활동이 급증하고 있다. 2019~2020년에는 연평균 5건 미만으로 집계되던 전임교수들의 창업 행보가, 지난 2~3년 동안 연간 100건 이상으로 증가하였다. 현재까지 상반기만 해도 교수 107명이 회사를 세운 바 있다. 더구나, 카이스트 출신의 교원 창업 기업들은 시총 합계액으로 13조원을 넘어선 수준의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그들의 연구 결과와 학문적 네트워크가 현역 기업 활동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VC 업계도 ‘기술 구루’로 불리는 교수 창업자들을 적극적으로 동원하려 하고 있다. 연구 결과와 함께 학문적 인맥과 전문 인력까지 한번에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아, VC는 창업자들을 뒤흔드는 경쟁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로봇과 양자컴퓨팅 분야에서는 고도화된 기술 노하우가 사업 성공을 결정짓기 때문에, 이러한 핵심 기술들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경쟁력 있는 사업이 어려워진다. 따라서 교수들은 최고경영자(CEO)나 최고과학책임자(CSO)로서 기업의 발판을 다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카이스트를 비롯한 대학교수들은 딥테크 기업 창립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박해원 교수는 디든로보틱스에서 CSO로서, 황보제민 교수는 라이온로보틱스의 CEO를 맡고 있다. 험준한 지형을 이동할 수 있는 사족보행 로봇 등의 연구와 상용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으며, 그들은 학계에서 오래간만 축적된 기술과 경험이 현역 기업 환경에서도 크게 부각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양자컴퓨팅 분야 역시 교수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핵심 영역이다.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한 양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복잡성 때문에, KAIST 출신이며 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김동규는 중성원자를 제어하여 양자컴퓨팅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김태현 서울대 교수는 이온트랩 방식을 통해 양자컴퓨팅 기술을 개발하는 중이며, 2023년에는 한국 최초의 이온트랩 제조기업인 트래피온스를 창립할 예정이다.
또한 정부 및 대기업에서 온 전문가들도 딥테크 스타트업을 세우는 데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이경수 대표는 핵융합 기술로 유명한 KSTAR 건립에 참여한 바 있으며, 2023년 인애이블퓨전을 설립하여 국내 최초의 핵융합 스타트업으로 나섰다. AI 분야에서는 크래프톤과 삼성전자 출신 임정환 대표가 GPU 연산을 최적화하는 모티프를 창립하며, ‘대한민국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에서도 높은 기술력을 발휘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VC의 기술 구루를 찾는 흐름이 앞으로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연구자들이 오랫동안 축적한 높은 수준의 기술과 전문 인력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기회는 VC에게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액셀러레이터인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이용관 대표는 최근의 경쟁환경에서 기술적 허들을 넘어야 하는 사업의 중요성과, 연구자들이 오랜 기간 축적한 높은 수준의 기술 역량이 혁신의 문턱을 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