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분야에서는 누가 가장 우수한 모델을 개발하는지에 대한 경쟁이 아닌, 어떻게 AI 기술을 실질적인 서비스와 산업의 가치로 전환하느냐가 중요한 시점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국내 플랫폼 정책과 규제 체계도 적극적인 검토와 전환을 요구하게 되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AI를 주축으로 하는 성장전략을 점차 활성화해 나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내와의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알파벳(구글)과 네이버 사이의 시가총액 격차는 2020년 약 27배에서 2026년에는 약 175배로 확대됐다. 이와 같은 현상은 글로벌 플랫폼들이 AI 선도전략을 통해 다양한 성장축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경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박사는 최근 디지털플랫폼정책포럼에서 열린 ‘플랫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과제’ 세미나에서 AI가 기술개발과 인프라 투자 중심의 경쟁에서 실질적인 수익창출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AI 모델의 성능 격차가 좁혀지면서 서비스와 산업에의 실질적인 적용이 경쟁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플랫폼은 AI 기술과 이용자 및 기업의 수요를 연결하는 중재 역할을 하며, 서비스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는 모델 개선과 인프라 투자로 다시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플랫폼은 AI 활용 수요를 기반으로 자생적인 산업 성장을 이끄는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된다.
국내에서도 AI의 활용이 급속한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 플랫폼 기업 중 50.2%가 AI 기술을 개발·활용하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생성형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활용하는 기업은 91.4%, 직접 개발 중인 기업은 34.0%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쟁의 흐름은 서비스, 데이터, AI 모델, 반도체, 클라우드 등을 포괄하는 ‘풀스택’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구글과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서비스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며, 자체 인프라를 활용하여 비용을 절감하는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의 경우, 인프라-모델-데이터-플랫폼-서비스 간의 연계를 강화해야 하며, 플랫폼의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을 함께 고려하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되었다. 규제 체계 역시 기업 규모에 의존하는 것보다 경쟁 제한 행위와 생태계 혁신의 저해 여부를 중심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선지원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새로운 직접적인 규제 도입 전에 실제 시장 실패와 규제 공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공정거래법,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등은 이미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으므로 플랫폼의 특성을 무시한 일률적인 의무 부과는 서비스 다양성과 혁신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
특정 규제가 필요하다고 판단되기 전에 시장 실패 여부와 플랫폼 및 규제 기관 간의 정보 격차를 검토해야 하며, 이는 실질적인 집행력을 확보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또한 플랫폼별 특성에 맞춘 규제가 이용자의 복지를 증진시킬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대안적 접근으로는 이용자 선택권과 자율규제의 강화가 제시되었다. 알고리즘 추천 등 서비스 이용 방식을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 기술 변화가 빠른 영역에서는 개발자, 사업자, 사용자가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규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선 교수는 플랫폼의 AI 전환 주도 또는 중재 가능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적절한 규율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비스별 특성과 실제 위험 수준에 맞춘 규율, 이해관계자 참여형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는 제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