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고대역폭 메모리)를 위한 생산 능력에 크게 집중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맞춰 공급 체인을 재조정 중이다. 이로 인해 범용 D램 시장에서 공백이 생겼고, 그 빈자리를 중국의 메모리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잘 채우고 있다. 2023년에는 CXMT가 글로벌 D램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확보하며, 이들의 생산 능력과 협상력이 급격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트렌드포스가 발표한 최신 시장 조사 결과에 따르면, CXMT는 1분기 7.6%에서 2분기 9.5%로 글로벌 D램 점유율을 단 한 분기 만에 거의 두 배로 늘렸다. 이러한 성과는 월간 생산 능력(CAPA) 증가로도 확인할 수 있는데, 현재 약 30만장에서 내년 말까지 36만~38만장으로 확대될 것이며, 2028년에는 최대 50만장까지 생산 능력을 키울 계획이다. 이러한 성장 전망은 CXMT가 범용 D램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빅테크 기업들과의 장기공급계약(LTA)으로 인해 HBM 생산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어, 범용 D램 공급량이 제한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HBM은 여러 층의 메모리 칩을 쌓아 만드는 구조로 인해 같은 웨이퍼에서 뽑아낼 수 있는 비트 수가 범용 D램보다 상대적으로 작으며, 이 차이를 업계에서는 대략 4배 정도로 보고 있다. 따라서 HBM 생산을 확대하면서 범용 D램의 공급량은 자연스레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생산 능력 이동으로 인해 스마트폰과 PC용 D램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를 업계에서는 ‘멤플레이션(Memory Inflation)’이라 칭하며, 범용 D램 공급 부족을 통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으로 설명한다. 두 대기업은 생산 능력 확대보다는 제품 경쟁력 강화에 더 많은 자원을 집중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EUV 장비 투자를 단기간 내에 3배로 확대하여 공정 전환 속도를 가속화했다. 삼성전자 역시 주력 공정의 질적 전환을 우선시하며, 이는 범용 D램 시장에서 두 회사의 공급 여력이 계속해서 줄어드는 원인 중 하나다.
반면 CXMT는 이러한 기회를 최대로 활용하여 애플과 같은 대기업과의 협상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 발표된 정보에 따르면, CXMT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가격을 고수해 애플과의 D램 단가 협상에서 장기계약으로 확보한 물량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는 중국 기업들이 저가 공세를 펼치던 과거와 달리, CXMT가 협상에서 상대적인 강경함을 보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CXMT의 성장도 제한된 구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동일한 문제를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내년 말까지 전체 생산 능력의 약 10%를 HBM 시장에 투입할 계획을 발표한 CXMT는 ‘HBM 4배 소모’ 구조 때문에 범용 D램 공급 확대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한국의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CXMT가 HBM 시장으로 집중할 경우, 그 때에는 동일한 제약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CXMT의 생산 능력 확장 계획이 실제로 어느 정도 이루어질지를 통해 내년까지는 시장 동향을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요약하자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생산에 집중함에 따라 범용 D램 시장에서의 공급 부족 문제는 지속되고 있으며, 이를 CXMT가 잘 활용하여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CXMT 역시 HBM 생산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범용 D램 공급의 제한은 미래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동태는 반도체 시장 전반에 걸쳐 중요한 변화를 야기할 수 있으며, 관련 기업들의 생산 전략과 협상력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