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에 시정연설을 했다. 그때부터 반도체 수출의 호황은 우리나라 경제와 정책의 중심 무대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투데이의 석대건 기자에 따르면, 이번 반도체 수출 호황은 내년 정부 재정을 대폭 증가시켜 놓았다. 결과적으로 9월 정기국회에서는 여야 간 분야별 예산 배분을 둘러싸고 격렬한 힘겨루기에 들어갈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2027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이번 본예산은 총지출 820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8% 증가한 것이다. 이는 현 정부가 처음 편성하는 본예산이기도 하다. 더욱 주목할 점은 총수입인데, 이는 전년 대비 30.4% 증가한 880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국세 수입이 390조2000억원에서 584조4000억원으로 194조2000억원 불어난 것은 반도체 호황에 따른 법인세와 소득세 증가 때문이라고 기획재정부는 설명한다.
반도체 수출의 영향력은 계속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2023년 8월까지 반도체 수출은 전체 수출의 40.6%를 차지하는 2812억달러로 늘어났으며, 전년 동기 대비 약 2.7배 증가했다. 이런 세수 증대는 ‘3대 메가프로젝트+AI’에 지원되었으며, 해당 예산은 10조8000억원에서 21조3000억원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반도체 지원 재원을 별도로 관리하기 위한 반도체특별회계는 2027년 신설될 예정이다. 전체 규모는 2조6000억원으로, 그중 산업부 소관 부분만 2조1000억원에 달한다. 이를 통해 산업부 본 예산안이 전년 대비 40.5% 증가한 13조2573억원으로 늘어, 에너지 분야 포함 후 최대 규모로 기록되는 계기가 되었다.
정기국회에서는 반도체 관련 세액공제, 인프라 지원 및 근로시간 문제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른다. 돈의 유입은 특히 지방과 인프라에 집중되고 있다. 산업부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1조5000억원을 새로 배정하였으며, 이 금액은 반도체특별회계의 71%에 해당한다. 이는 예산안에서 가장 큰 신규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수도권 용인과 평택 패브릭 조기 가동을 위한 인프라 지원에 1000억원이 투입되었다.
세제에서는 국내 생산 세액공제가 새로운 논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K칩스법으로 알려진 반도체 시설과 R&D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는 공제율이 20%까지 오르고, 반도체 R&D 공제 기간은 7년 연장됐다. 이번 개편안에서는 태양광, 이차전지, 반도체, 핵심소재, AI 로봇부품 등 6대 분야를 국내에서 생산하고 판매할 경우 생산량에 따라 세액을 공제하는 제도를 2036년까지 신설하기로 했다. 이는 투자 단계의 지원을 생산 단계로 확대한 것이다.
용인 메가클러스터 인프라에 대한 국비 지원도 논란 중 하다. 정부와 여당은 전력망, 용수 등 필수 인프라의 국비 보조율을 상승시켜 클러스터 조기 가동을 도모하려 한다. 그러나 야당과 재정당국은 대기업 제조 라인까지 국가 지원하는 것이 일반 제조업 및 지방 산단과의 형평성 문제로 보고 있다. 전력을 호남·동해안에서 용인으로 연결하기 위한 송전망 건설비와 그에 따른 지역 보상도 심사 과정에서 논란이 되는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메가특구 특별법은 정기국회의 최우선 과제로 자리 잡았다. 이 법은 재정, 금융, 세제, 인프라 지원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1순위 입법으로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김민석 대표는 최근 교섭단체 연설에서 ‘3대 메가프로젝트’를 호남·충청·영남 지역 경제 활성화 수단으로 정의하며 법안 통과를 약속했다.
법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주 52시간 근로 시간 예외 제도이다. 관리자 및 연구개발 인력에게 이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대신 별도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노동자 동의 하에 주 52시간 상한을 초과할 수 있는 조치이다. 산업부는 칩 설계 및 공정 개발에 집중 투입이 필요하다고 보며 찬성하는 반면, 고용노동부와 노동계는 장시간 근무로 인한 불편을 우려한다. 청와대도 ‘노동계 및 지역 동의가 필요하다’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 구조는 이미 시행 중이다. 지난달 11일 시행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대통령 소속 특별위원회와 기본계획, 그리고 2036년까지 운용되는 반도체특별회계의 근거를 담고 있다. 정기국회에서의 예산 및 세제 논의는 이런 틀에 실을 돈의 규모와 조건을 정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의 핵심은 반도체 수출 호황에 따른 세수 확대가 재정 부담을 완화하고, 정부 부채 비율 하락에 기여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예산정책처는 이 성장세가 일부 수출 기업에 집중된 상태에서 전체 경제로 확산될 때까지 시간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여야의 합의 속도와 범위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 중 하나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