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주요 수출 경로였던 흑해는 전쟁의 영향으로 곡물 수출에 심각한 차질을 겪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양국은 북극과 발트해를 새로운 곡물 수출 경로로 개척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기업들은 발트해와 북극 지역의 항만을 곡물 수출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비료 및 석탄 등을 대상으로 한 화물 터미널들이었던 것들이, 흑해 수출 불가로 인해 곡물 운송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흑해를 중심으로 한 전체 해상 곡물 수출의 90% 정도를 담당하던 러시아 항구들의 역할이 제한됨에 따라 필연적인 선택이다.
발트해 지역에서는 울트라마르와 같은 러시아 물류 기업이 기존 터미널을 곡물 수출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항의 ‘모듈’과 ‘BSMZ’ 같은 터미널들도 이제 곡물 취급에 착수했다. 그러나 발트해 항만들의 연간 곡물 처리 능력(200만~700만t)은 흑해 남부 항구들이 가지고 있던 6000만t 수준과 비교할 때 한참 부족하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북극권의 항구도시인 무르만스크를 새로운 곡물 수출 통로로 활용하고 있다. 무르만스크는 흑해의 주요 수출항인 노보로시스크와 2700km가 넘는 거리에 위치하지만, 연중 내내 얼지 않는 해상과 중립 수역을 통한 접근 가능성이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러시아철도(RZD) 역시 이러한 북부 및 발트해 경로로의 곡물 수출을 적극 지원, 철도 우선권 부여와 보조금 제공 등의 조치를 통해 다변화된 수출 경로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 역시 러시아의 공격으로 인해 오데사·초르노모르스크 등 흑해 항구들을 이용하는 수출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다뉴브강 항구를 비롯하여 발트해 지역의 그단스크, 클라이페다, 리예파야 등에서 대체 수출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러한 노력은 추가적으로 최대 2000만t의 곡물 수출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는 흑해를 통해 전통적으로 이루어졌던 대규모 수출 능력을 발트해 항만들로 완전히 이어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 농업정책식품부의 데이터에 따르면, 필요한 수출량 대비 발트해 항만들은 단지 44% 정도의 물량만을 처리할 수 있는 실적이다. 이는 곡물 수출 경로 변화가 가져오는 도전과제를 명확히 보여준다.
대체 항로 활용은 운송비 증가와 그에 따른 가격 부담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야기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러한 해상 물류 차질로 인해 운송비가 상승하면, 결국 식품 수입국의 조달 비용이 증가할 것을 경고했다. 10% 가량의 해상 운송비 증가는 전 세계 식품 수입액을 단 한 년 만에 약 1.2~3.5% 상승시킬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각각 톤당 약 40~50달러, 50~100달러의 추가적인 운송비 부담을 지게 되었다. 이러한 비용 증가는 이미 곡물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같이 러시아·우크라이나산 밀에 강한 의존성을 가진 국가는 대체 곡물 구매 시 기존보다 20~26% 정도의 추가 비용 부담을 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세계 곡물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분석가들은 특히 우크라이나 항구의 장기간 봉쇄 시기에 비해 현재 상황이 더욱 복잡하다고 평가한다. S&P 글로벌은 흑해를 통한 수출 차질의 영향이 최소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북극과 발트해가 새로운 곡물 수출 경로로 부상함에 따라 지리적·경제적인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양국의 농업 및 무역 전략뿐만 아니라, 글로벌 식량 공급망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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