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시장 변화: 마이크론과 삼성·SK의 장기계약 전략

AI 데이터센터가 필요로 하는 메모리 수요는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메모리 가격이 상승하면 생산량을 늘려 대응했던 시기와 달리, 현대의 기술 거무스름한 회사들은 수년 전에 필요한 물량까지도 미리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형 반도체 기업들이 HBM4 생산능력을 확대하면서 장기 공급 계약 경쟁에 진입하는 모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미국의 주요 메모리 제조업체인 마이크론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2026 회계연도 4분기 매출이 542억3000만달러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인 510억7000만달러를 상회하는 결과로, 이는 더욱 주목을 받게 만들었다. 특히 마이크론의 산자이 메로트라 최고경영자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내년의 75% 이상 물량이 이미 계약되었다고 밝혔으며, 고객들과의 협상은 대부분 2028년의 물량에 집중되어 있다고 언급했다.

메모리 시장 역사를 되돌아보면, 이는 전형적인 경기순환 산업으로 분류되어 왔다.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이 오르고, 그에 따라 업체들은 생산을 확대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 사이클이 반복됐다. 하지만 AI 서버용 메모리의 경우, AI 가속기가 처리해야 하는 데이터의 지수적인 증가로 인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HBM은 여러 개의 메모리칩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극대화하는 제품으로, AI 가속기 성능에 있어 핵심적인 부품이다.

엔비디아 등 빅테크와 데이터센터 업체들은 메모리 공급망을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론의 장기계약 확대는 AI용 메모리가 단순한 범용 부품을 넘어 데이터센터 투자 일정과 직결된 전략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의 대형 반도체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7월 현재까지 11개 고객사와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이 계약 기간은 일반적으로 5년에 이른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로 구속력이 상당한 장기공급계약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으며, 계약 기간은 1년 수준에서 3~5년으로 늘어나고 있다.

가격 전망에도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다. 업계 예측에 따르면 12단 HBM4 한 개의 가격은 올해 약 600달러에서 내년에는 1300달러 정도로 두 배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론은 이미 내년 HBM 물량 대부분을 현재보다 높은 가격에 계약했다고 밝혔으며, 이는 삼성과 SK의 가격 협상 환경을 유리하게 만들었다.

HBM 생산 확대는 범용 메모리 공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HBM은 내년 전체 D램 웨이퍼 생산능력의 약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 비중은 약 20% 수준인데다, HBM과 일반 D램이 같은 웨이퍼 생산능력을 공유하기 때문에 HBM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스마트폰과 PC 등에 사용되는 범용 D램 공급량이 줄어들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메모리 업체가 높은 수익성을 가진 HBM 생산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게 만든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PC 제조업체들은 이러한 변화로 인해 부품 조달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반도체 사업에서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지만, MX사업부에서는 원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으므로 복잡한 상황을 초래한다. 만일 HBM 생산 비중이 지나치게 커진다면 범용 메모리 가격도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HBM 생산에 필요한 후공정 장비와 검사장비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으며, 이는 HBM 슈퍼사이클에서 단순한 생산량을 넘어서는 요소로 자리잡게 하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6월 SK하이닉스와의 계약으로 HBM4 제조용 TC본더 장비를 442억원 규모로 수주했다.

마이크론의 장기계약 규모가 커지면서 실적 변동성은 낮아질 가능성이 있지만, 고객사에 물량을 미리 배정한 상황에서 생산 차질이나 수율 문제가 발생하면 손실도 커질 위험이 있다. 이러한 변화는 메모리 시장 전체에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제공하며, 물량 관리와 가격 협상의 중요성을 한층 더 부각시킨다.

업계 전문가들은 ‘HBM 생산 확대는 범용 메모리 부족과 전자제품 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슈퍼사이클의 승자는 단순히 많이 생산하는 기업이 아니라 물량과 가격, 수율을 함께 관리할 수 있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메모리 시장의 미래는 더욱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 Lim Do-yun

    뉴스짱 편집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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