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는 최근 석유화학 제품 가격 담합 사건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약 16조3961억 원을 노리고 장기간에 걸친 부정 행위가 있었다고 밝혔다. 중동 지역의 정치적 긴장 상황, 특히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 위협을 기회로 삼아 LG화학, 애경케미칼, OCI, 롯데정밀화학, PKC, 유니드 등 6개 석유화학 기업과 그 임직원들이 협력해 가격을 조작하고 시장 질서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1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나희석 부장검사가 뉴스 기자들을 모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이들이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즉 약 5년에 걸쳐 핵심 석유화학 제품 8개 품목의 가격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담합을 실행했다고 주장한다. 이 행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번 사건에서 PKC의 배 모 영업본부장과 황 모 씨 등 경영진 2명은 구속 기소되었으며, PKC 전 대표 장영수와 OCI 대표 김유신 등은 불구속 상태로 법정으로 넘겨졌다. 석유화학사 7곳과 관련 가담자 중 책임이 큰 인물들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 요청권을 행사했다.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르면, 석유화학 제품 담합은 중동 지역에서 나프타 원료 공급이 불안정해진 상황을 이용해 국내 가격을 인상하고 부당 이익을 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석유화학사들은 담합의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수립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팀장급 모임에서는 각 품목별 가격 조정 시기와 폭에 대해 합의가 이뤄졌고, 이를 실행할 순서도 정했다.
이들은 또한 구매 입찰 과정에서 낙찰 업체와 입찰 가격을 사전에 합의함으로써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고 공급가격 변동 폭과 그 시기를 조정했다. 이러한 부당 경쟁 방지 행위는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불이익을 가져왔다.
담합의 영향은 엄청나며, 관련 산업에서 필수로 사용되는 원재료인 PVC, 가소제, 가성소다, 염산 및 하이포, TDI, ECH, 염소 등 8개 품목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건축 자재부터 전선 피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중요하게 사용된다.
수사팀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담합 행위가 포함되면 규모가 더욱 커 20조~30조 원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나희석 부장검사는 추가적인 품목에서의 담합 징후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세밀한 조직과 계획으로 구성된 담합 방식을 드러내었다. 후임자를 타사에 소개하는 식으로 담당자가 변경되더라도 담합이 지속될 수 있도록 체계화되어 있었으며, 일부 업체는 경쟁업체 관계자들과 회합을 전담하는 직원(연락책)까지 지정했다. 이를 통해 담합의 규모와 체계적인 실행 방식이 드러났다.
검찰이 공개한 녹음된 대화에서는 석유화학 업체 임원들 간의 노골적인 담합 정황도 포착되었다. “PVC는 형하고 나하고 마음먹었으니까 그렇게 한다”,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가는 거야. 형 사랑해요” 등의 대화가 진행되었다.
석유화학사들은 내부 보고서를 통해 직원들에게 ‘담합’을 연상시키는 표현 사용을 금지하면서 검찰이 적발한 담합 사건에서 사용된 표현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나 부장검사는 오는 2일부터 검찰이 공소청으로 전환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공정거래 사건을 수사하게 될 것임을 밝혔다. 또한 형벌감면신청에 관해서는 검사의 기소 구성권한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공소청에서 이러한 단계에서 검사가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은 석유화학 산업 전반에 지속적인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