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을 뒤로 한 시기에 폴리염화비닐(PVC)과 가소제 등의 제품에 대한 가격 담합 혐의를 받는 국내 석유화학 업체 6곳 및 그 소속 경영진들이 기소되었다. 이 사건은 검찰이 수사한 담합 사례 중에서 가장 큰 규모로, 전분당, 설탕, 밀가루에 관련된 다른 담합 사건들을 능가하는 16조3천961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 검사)는 LG화학, 애경케미칼, OCI, 롯데정밀화학, PKC, 유니드와 같은 6개 석유화학 업체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원래는 한화솔루션까지 총 7개 업체가 수사 대상이었으나, 결국 한화솔루션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담합에 참여한 두 명의 주요 인물로는 PKC 영업본부장 배모와 LG화학 사업부장 황모가 있으며, 이들은 구속 상태에서 기소되었다. 검찰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PVC와 가소제, 가성소다, 염산 등 8개의 석유화학 품목에 대해 담합을 실행했다고 주장한다. 이들 제품은 건축 자재부터 반도체, 수처리, 소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사건의 범위는 전분당 담합(10조1천520억원), 설탕 담합(3조2천715억원), 밀가루 담합(5조9천913억원)을 능가하는 16조3천961억원에 이른다. 업체들은 공급 가격의 변동 폭과 시기를 합의하거나, 거래처 입찰 가격을 조정하여 담합을 실행했다고 검찰이 밝혔다.
특히 대형 거래처에 대해서는 각 사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낙찰 업체와 입찰 가격을 미리 협의하는 방식으로 담합이 이뤄졌다. 팀장급 모임에서 주로 조직화된 담합 모의가 진행되었고, 임원들은 상급자에게 보고하며 유대 관계를 구축했다. 이는 “PVC는 형하고 나하고 마음먹었으니까 그렇게 한다”, “우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는 거야”, “형 사랑해요”와 같은 발언을 통해 드러났다.
담합이 발각됨에 따라 인적 교체 시 타사에 소개하여 담합의 지속성을 높이고, 일부 업체는 경쟁업체와의 소통을 전담하는 직원을 배치하며 조직적인 협력 구조를 유지했다. 검찰은 이들이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국가적 경제 위기를 기회로 삼아 담합을 지속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석유화학 제품 생산 안정을 위해 1천465억원 상당의 지원금을 배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은 이를 손익 개선의 기회로 활용하여 담합을 계속했다. 일부 관계자는 정부 지원을 받아 “트럼프가 도와줬다”, “한턱내겠다”고 말하며 사과할 만큼의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들이 국가적 위기 속에서 손익을 개선하기 위해 담합을 지속했다고 설명하며, 8월부터 압수 수색과 강제 수사를 실시했으나 중요 인물들에 대한 구속 영장 청구는 법원에서 기각되었다.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이 출범함에 따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이 사건을 마지막으로 발표하며, 필요시 추가 수사를 90일간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조치를 취해 당국의 정책 변화에 맞추었다. 검찰 관계자는 “중수청이 안착할 때까지 조력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 사건을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