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청의 설립을 앞두고 서울 서부지방검찰청 청사에서는 작업자들이 검찰 간판을 철거하고 공소청 간판을 설치하는 중이다. 이를 통해 경찰,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구성된 새 수사체제가 다음 달 2일 출범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이 세 기관의 수사권이 겹칠 경우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미완성 상태로 남아있다.
2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공수처 관계자는 중수청과의 수사권 중첩 문제에 대해 “정리된 것은 없다. 앞으로 검토해봐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상황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해결할지는 판단 가능하지만, 현재로서는 미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수청 역시 수사권 중첩 문제를 향후의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27년도 성과계획서’에서는 공수처 및 경찰과의 관할 경합과 절차 이원화로 인해 수사 지연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새 수사체제 내에서 세 기관의 수사 영역이 맞물리는 사건이 발생할 여지가 크다.
중수청은 부패, 경제, 방위사업, 마약, 내란, 외환, 사이버범죄, 법왜곡죄 등 7대 중대범죄를 수사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는 기존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과 겹치며 공수처 및 경찰의 영역과도 접점이 생겨나게 된다. 특히 고위공직자가 7대 중대범죄에 연루된 경우, 중수청과 공수처의 수사 범위가 겹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두 기관 모두 소관 범죄와 직접 연관된 다른 혐의까지도 수사할 수 있기 때문이며, 경찰 역시 폭넓은 범죄에 대한 수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하나의 사건을 여러 수사 기관이 동시에 포착하거나, 수사 과정에서 다른 기관의 관할 혐의가 추가로 발견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개별 이첩 장치를 통해 관할이 겹친 경우에 대비한 방안은 존재하지만, 실제 사건에서 세부 기준은 불분명하다. 공수처법과 중수청법 모두 이첩 요청을 허용하고 있으나, 중수청의 이첩 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의 범위는 명확하지 않다. 여러 기관이 동시에 사건을 포착하거나 수사 과정에서 추가 혐의가 발견될 경우, 어느 기관이 수사를 계속할지 판단이 분분할 여지도 있다.
수사권 충돌을 조율할 별도의 법정 기구인 ‘수사권 관할조정협의회’는 새 체제 출범과 동시에 가동되지 않고, 2027년 2월 5일 시행을 예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다음 달 2일부터 약 4개월간 제도적 공백이 발생할 전망이다.
경찰청장과 중수청장의 공석 상태는 불확실성을 더한다. 경찰청장 자리는 1년 9개월째 비어 있으며, 초대 중수청장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할 조정기구가 가동되기 전까지 수사권 충돌이 발생했을 경우 개별 기관 간 협의에 의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각 기관은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형사사법체계를 운영하기 위해 사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중수청은 성과 계획서에서 “이송·이첩 기준 정립이 필요함을 인식하며, 타 수사기관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수사 혼선을 최소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홍석기도 “지난 5월부터 중수청과의 준비단이 수사 협조 방안을 논의해 왔으며, 곧 이에 대한 합의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최종적으로 관할 충돌 시 세 기관이 어떻게 조율할지는 새 체제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윤해성은 “중수청장 및 경찰청장 공석 상태에서는 기관 간 이해관계 조정이 한계에 부딪힐 수 있으며, 청장 임명 등의 조직 정비가 우선이다. 그렇지 않으면 사안별로 협의하는 것은 결국 땜질식 대응에 그치게 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윤해성은 “대책 없이 새 체제로 돌입하면 국민에게 피해가 더 크게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기관 간 이견 발생 시 제3자나 상위기관의 중재 등 대안도 검토할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