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의 실질성과 도전 과제

2020년 4월,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인접한 개성공단 지원센터가 한눈에 보였던 곳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발생한 역사적인 사건은 오늘날까지도 국제법과 정치의 교차점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사건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진 이후, 실제 배상금의 회수 방법을 찾는 데 많은 관심과 도전이 쏠리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부장판사 김형철)는 2023년 6월에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는 개인이 아닌 정부 간 민사소송에서 배상 책임을 인정받은 최초의 사례입니다. 소송 제기 후 3년 3개월 만에 이루어진 판결은 북한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인근 종합지원센터를 불법으로 폭파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446억원의 손해배상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 판결에는 강제집행을 위한 가집행 선고도 포함되어 있지만, 실질적인 배상금 회수의 어려움이 지속됩니다.

법조계에서는 이 판결을 ‘실제 돈을 받아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징적 판결’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강제집행 가능성을 열어두었지만, 실제 북한으로부터 배상금을 회수하는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도전 과제는 북한의 재판권 문제입니다. 이 사건은 소송 접수 후 1년 10개월 만에 첫 변론이 진행되었으나, 북한 정부에 소송 서류를 송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재판이 보류된 상태였습니다. 결국 2024년 12월 정부의 공시송달 신청을 받아들여 재판 절차가 재개되었습니다. 공시송달은 소환장 등이 법원 게시판에 올라가고 일정 기간 지난 후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입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공시송달 방식을 택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북한 정부가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판이 종결되었다’며, ‘북한으로서는 재판권을 보장받지 못했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두 번째 도전 과제로는 북한의 이행 의무를 강제하기 위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방안이 있으나, 이는 북한의 동의가 필요하며 동의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법조계 관계자들도 이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는 압류할 수 있는 북한 정부의 재산이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입니다. 강제집행에 필요한 국내나 해외에 존재하는 북한의 자산을 특정해 압류해야 하는데, 이러한 물리적 장애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미국 내 민사소송에서 손해배상 승소 판결을 받은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유족이 해외에 동결된 북한 자산을 추적해 일부 배상금을 회수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법은 법무부와 통일부의 강력한 집행 의지에 달려 있으며, 남북 외교 관계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강제 압류할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판결 직후 이재명 정부는 구체적인 강제 방안을 검토하지 않겠다는 전망이 나왔고, 통일부는 ‘남북대화가 재개되어 모든 남북 문제가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판결이 단순한 ‘상징적 판결’일 뿐만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만약 북한이 이번 판결에 대해 응답하지 않으면 한국은 446억원 규모의 채권자 자격을 얻게 됩니다. 민사상 판결에 따른 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정부가 시효연장을 위한 소송을 계속 제기함으로써 채권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당장 북한의 자산을 압류하는 것이 어려워도, 법적 채권자 자격을 10년 단위로 계속 갱신할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다른 판사는 ‘향후 북한의 해외 자산이 추가로 동결되거나 정세 변화로 인해 남북 간 이번 사건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경우, 한국 정부가 판결문을 바탕으로 정당한 배상 요구를 공식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장기적인 전망은 국제법의 범위 내에서 남북 간 긴장된 관계 속에서도 점진적으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됩니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법적 성과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국제사법 활동의 한 예로서,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법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것이며, 남북 문제 해결에 대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이번 판결은 단순히 재정적 채권보다 더 넓은 정치적, 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 Kang Ji-min

    뉴스짱 편집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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