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채권 시장 변혁: 빅테크가 글로벌 자금 조달 패러다임을 재정의하다

최근 몇 년 동안 인공지능(AI) 기술은 단순한 주식시장 혁신을 넘어 글로벌 채권 시장까지도 깊이 흔들고 있다. 메타,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등의 빅테크 기업들은 초대형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대규모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새로운 ‘큰손 차입자’로 떠오른 AI 하이퍼스케일러의 등장은 기업과 정부가 금융 조달 전략을 다시 계산하게 만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보도에서 AI 관련 기업들이 이번 해에 조달한 자금은 약 5000억 달러(약 678조 원)에 달하며, 그 중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인 아마존, 알파벳, 메타, MS, 오라클 등이 조달한 금액만으로도 2000억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더욱이 이들 기업은 향후 몇 년간 AI 인프라 투자를 위해 1조 달러(약 1357조 원)가 넘는 신규 부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PGIM의 공동 최고투자책임자인 그레그 피터스는 이러한 현상을 “어디서든 가능한 모든 곳에서 돈을 빌리겠다는 큰 흐름”이라 평가하며, “시장에 쏟아지는 부채 규모는 역사적이고 시장 전반을 변혁할 만큼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메타는 이번 가을 AI 사업 확장 계획으로 유럽 채권시장에 처음 진출하며, 빅테크 기업들은 전 세계 여러 국가의 자금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이러한 강력한 차입 활동은 채권시장에만 그치지 않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의장인 케빈 워셋과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는 AI 기업들이 31조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시장과 자본을 경쟁하고 있다며, 정부의 대규모 국채 발행과 AI 기업의 자금 수요가 동시에 증가하여 ‘돈을 빌리려는 쪽’이 급증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로 인해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오른 상황이다.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빅테크들의 차입 급증으로 다른 기업과 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며, “유로존 금융시장이 이처럼 큰 규모의 부채 유입을 원활하게 소화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AI 빅테크들이 발행하는 회사채가 다른 기업의 자금 조달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반 기업들은 오라클이나 아마존 같은 AI 빅테크의 발행 일정과 겹치지 않도록 자신들의 시장 진입 시점을 조정하며, 만기를 짧게 가져가는 경우도 많다. 투자자들 역시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여 다른 채권 매입을 미루거나 AI 회사채에 대비하기 위해 자금을 확보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 아마존, MS, 메타가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제시한 올해 자본지출 전망은 7450억 달러로 급증할 전망이다. GPU와 데이터센터, 전력망에 대한 투자를 늦추면 경쟁에서 뒤처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금리가 약간 상승하더라도 자금 조달은 계속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 내부의 배터리 백업 시스템을 비롯해 반도체 업체와 전력 회사까지 AI 생태계는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이들은 공모 채권과 사모 신용시장에서 동시에 자금을 조달하기도 한다. 메타만 해도 본사의 회사채 발행 뿐 아니라 개별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와 연계한 특수목적회사(SPV)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자금 흐름은 연기금과 보험사가 특정 AI 기업이나 전체 산업에 얼마나 많은 돈이 묶여 있는지 파악하기를 극도로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아폴로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토르스텐 슬뢰크는 하이퍼스케일러의 신용시장이 이들의 영업현금 흐름이 현재 6000억 달러에서 미래에는 2조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전제가 현실화되지 않을 경우 AI 투자 열기가 식고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되며 자본지출이 줄어들고, 결국 미국 경제 성장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자금 조달 활동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며, 이는 글로벌 경제 전반에 걸쳐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업과 정부 모두가 새로운 자금 조달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였음을 알 수 있다.

  • Lim Do-yun

    뉴스짱 편집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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