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마드리드의 번화한 거리, 푸에르타 델 솔 광장은 최근 주거난 항의 텐트 시위로 가득 차 있다. 이번 시위는 87세의 마리아 델 카르멘 아바스칼이 강제로 집에서 쫓겨나면서 시작되었다. 그녀는 70년 넘게 거주해온 자리를 잃고, 이에 따른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아바스칼은 마드리도 레티로 지구에서 1956년부터 같은 집에 살았으나, 부동산 투자회사가 월세를 급격히 인상함으로써 그곳을 떠나야 했다. 이전의 월세는 500유로였지만, 회사는 이를 2천650유로로 올렸다. 이후 조정 후 1천650유로까지 낮춰졌으나 여전히 아바스칼의 연금(1천350유로)으로는 부담이 컸다.
아바스칼의 강제 퇴거가 불러일으킨 시위는 이미 마드리드에서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시위대들은 새로운 임대차 계약을 통해 아바스칼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변호인 베아트리스 두로에 따르면, 부동산 회사가 새 계약을 제안했고 아바스칼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제안된 월세는 아바스칼의 소득의 30%로, 예전과 비슷하게 유지될 것이다.
이번 사건은 스페인 주거난 항의 여론을 불태우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물가 상승, 관광객 유입 증가, 신축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해 임대료는 급등하고 있었다. 스페인 비영리재단 말티다의 20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인에서 지난 10년간 임차료는 전체적으로 80% 올랐고 주택 임차료는 63% 상승했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배경 속에서 아바스칼의 강제 퇴거가 시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청년층은 특히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스페인청년위원회에 따르면 평균 월세는 1천176유로로, 청년들의 평균 월급의 거의 전부를 차지한다. 이러한 상황은 주거난이 심각해진 근본적인 요인으로 지목된다.
산체스 총리는 현재 진퇴양난의 처지에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주거난 항의 여론은 더욱 거세진 상황에서, 연정 파트너들은 강력한 대책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체스 정부는 29일 각료회의를 소집해 주거난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가 발표한 주요 조치로는 임대차 계약 자동 연장, ‘투기성’ 펀드에 의한 주택시장 투자 금지, 취약계층 세입자 퇴거 제한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과열 구역 내 세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관광객용 부동산에 대한 세금 인상도 추진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이 여론을 가라앉힐 수 있을지,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집권당인 사회노동당(PSOE)은 혼자서 과반 다수를 차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요 반대 정당들은 이러한 대책에 비판적이며, 영세 임대인 보호 등 추가 조치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임차인 단체들은 아바스칼의 이름에서 딴 강력한 세입자 보호법인 ‘마리카르멘 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 법안은 임대차 계약 자동 갱신, 주택 위기 해소까지의 임차료 동결 등을 포함할 예정이다.
현재 스페인 사회는 주거난 항의와 산체스 정부의 대응 방안에 따뜻한 시선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논쟁은 단순히 임대료 문제를 넘어, 사회적 정의와 경제적 안정성을 둘러싼 근본적인 문제로 발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