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중국의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가 삼성전자의 핵심 제조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하려는 의혹이 드러나면서, 반도체 산업에서 국제적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이번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것은 CXMT 전 최고경영자(CEO) 왕닝궈가 한국인 기술진을 대놓고 협박한 일이다.
왕 CEO는 삼성전자 출신의 한국인 엔지니어들에게 ‘삼성전자의 1조60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을 통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18나노 D램 공정 기술 정보를 전부 가져오라’며 협박했다. 그는 ‘정보가 진짜인지 확인할 인맥이 있으니 거짓말로 넘어갈 생각은 말아’라고 경고하면서, 이들이 정보를 제출하지 않으면 한국 정부에 고발할 것을 협박했다. 이는 중국의 반도체 기업이 삼성전자의 성공적인 18나노 공정에 대한 매혹과 경쟁욕구를 드러내는 사건으로, 두 번째 심리재판을 앞둔 전씨가 법정에서 이를 증언했다.
18나노 기술은 반도체 회로 선폭이 18나노미터(10억분의 1m)에 불과한 극도로 정밀한 공정으로, 당시 삼성전자만이 성공적으로 개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한 혐의로 전씨는 이미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상태이며, 현재 재심재판 중에 있다.
이 사건에서 드러난 것은 단지 기술 유출 문제뿐만 아니라, 뒤에 숨어 있는 정치적 및 경제적 배경까지 포함되었다. 전씨는 법정 진술에서 중국 정부가 18나노 기술 개발을 통해 CXMT에 대한 투자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주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의 질문에 전씨는 ‘중국 정부가 처음부터 18나노 기술 개발을 요구하고 있었다’며 ‘CXMT는 자체적으로 이 기술을 개발할 생각이 없었다’고 밝혔다.
창신메모리의 급속한 성장은 단지 기술 유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CXMT는 중국 정부의 지원 하에 2016년 허페이시 정부 산하 허페이산업투자가로부터 144억 위안(약 3조원)을 출자 받아 설립되었다. 이는 중국이 해외 기업들의 독점 구도를 허물기 위한 전략적 시도로, CXMT가 창업 이후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기록하는 등 급속한 성장을 보이게 된 배경이다.
CXMT의 인재 유치 전술 역시 주목할 만하다. 전씨는 법정에서 ‘삼성전자 현직 A급’으로 추천받으면 별 문제 없이 채용된다며 노골적인 인재 유입을 밝혔다. 이러한 전략은 대만 출신 임원들의 참여를 통해 수백 명의 엔지니어를 ‘팀 단위’로 유치하는 것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CXMT가 세계 4위 D램 업체로 급부상할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사건은 기술유출과 관련된 국제 분쟁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한다. BOE와 삼성디스플레이 간의 OLED 영업비밀 분쟁이 그 예로, BOE가 ITC의 침해 인정 후 1조원 규모의 특허료를 지불하게 된 바 있다. 이는 기술 유출 사건에서 법적 판결이 국제 분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산업기술유출 대응 센터의 조재빈 변호사는 ‘특히 국내 형사 유죄 판결은 기술 유출을 공식 인정한 것으로 간주되므로, 국제적 분쟁에서 보다 확실한 입장을 취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사건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핵심 기술의 중요성과 그 보호를 더욱 강조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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