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달 동안 서울의 주택 시장은 예상치 못한 변화를 겪고 있다. 고가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는 반면, 저가 주택의 수요와 가격이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서울 내 주택 가격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러한 추세를 ‘일종의 평탄화 작업’이라 표현하였으나, 실상은 무주택자들에게 주거 문턱을 높인 규제의 역설로 이어지고 있다.
28일 발표된 KB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한 달 간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의 5분위 배율은 6.28로 계산되었다. 이는 지난해 1월 기록된 역대 최고치인 6.92에서 하락한 수치이며, 8개월 연속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준다. 여기서 5분위 배율은 상위 20%의 아파트 평균 가격을 하위 20%와 비교하여 양극화 정도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로 사용된다.
이러한 추세는 일반적으로 집값 격차가 커지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과 반대되며, 특히 이번 정부 출범 후 고가와 저가 아파트 간의 가격 격차가 지속적으로 좁혀지고 있다. 8개월 연속 하락은 2008년 통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긴 기간이며, 이전 최고기록은 문재인 정부 시절의 7개월 연속 하락에 뒤쳐진다.
하지만 이런 표면적인 평탄화는 실제 중저가 아파트 가격의 급등을 숨기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서울 1분위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5억5292만원으로 전월대비 약 2.13% 상승했다. 반면, 5분위 아파트는 동일 기간 0.42% 증가한 데 그쳤다. 이를 통해 중저가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5.1배에 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년 동기 대비 비교하면, 1분위 아파트 가격은 연초(5억84만원) 대비 10.4% 증가했으나, 5분위는 단 0.25% 상승에 그쳤다. 이와 유사하게, 2분위 아파트 가격은 14.91%까지 급등했지만, 4분위는 8.78% 증가로 미치지 못했다.
자치구별 분석에서도 외곽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이번 달까지의 누적 가격 상승률을 보면, 성북구는 17.21%로 가장 높았으며, 강서구 등 외곽 지역이 그 뒤를 이었다. 반대로, 강남구와 서초구 같은 내부 중심지는 각각 1.07%와 4.07%의 상승률을 보이며 최하위에 머물렀다.
실거래 데이터도 이러한 변화를 잘 반영한다. 국민평형인 84㎡ 기준으로, 동대문구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와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 길음센터피스 같은 중저가 아파트들이 최근 20억원 이상의 가격을 돌파하였다. 반면,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5차 82㎡는 지난 주에 51억원에 거래되어 전 고점인 63억원보다 크게 낮은 가격을 기록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10·15 대책에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집값에 따라 차등화함으로써 고가 주택 구매 시 필요한 현금이 늘어나면서 중저가 아파트로 수요가 쏠렸다. 다주택자 압박 및 고가 주택 세제 강화도 이러한 변화에 기여했다.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인 서진형은 “고강도의 대출 규제, 실거주 의무, 고가 주택에 대한 다양한 제약이 무주택자들을 중저가 아파트로 몰아가는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상황은 ‘상향 평준화’로도 볼 수 있으며, 청년 및 신혼부부 등 서민층에게 주거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단기적인 평탄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나, 주거 문턱을 높이는 장기적 부작용을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